회식, 결혼식 피로연, 동창회, 친척 모임. 일상적인 점심 외식과 달리 단체 모임은 자리 정하는 일이 외식의 절반을 차지한다. 휠체어로 다니면서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일대일 식사라면 매장에 자리가 단 하나만 접근 가능해도 큰 문제가 아니다. 그 자리에 가서 앉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여덟 명, 열두 명이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모임의 자리는 보통 미리 잡혀 있고, 배치는 주최자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으며, 그 그림에 휠체어 한 대가 들어갈 자리는 좀처럼 그려져 있지 않다.
단체석은 매장의 영업 구조상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우선되는 자리다. 일반 테이블 두세 개를 붙여 만들거나, 전용 룸으로 따로 마련되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두 경우 모두 보행이 자유로운 손님 여러 명이 의자를 빼고 들어와 앉는 동작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휠체어 한 대가 그 자리에 합류한다는 것은 매장 입장에서 작은 변수다. 그 변수가 손님 본인에게도 변수가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휠체어 회전에 필요한 최소 공간은 가로세로 1.4미터로 명시되어 있다. 장애인 편의시설 안내의 이 수치는 단순한 권장이 아니라 자리 잡을 때 실제로 머릿속에 그려야 하는 기준점이다.

예약 단계에서 결정되는 것
단체 모임의 자리 문제는 예약을 거는 순간 이미 절반 이상 결정된다. 매장이 단체석을 운영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큰 룸을 통째로 빌리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홀의 테이블 몇 개를 붙여 길게 만드는 방식이다. 룸은 보통 한 단을 올라가는 작은 단차가 있고 입구가 좁다. 홀의 긴 테이블은 평지에 있지만 통로가 좁고 의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어느 쪽이든 휠체어 한 대가 들어가려면 사전에 조율이 필요하다.
주최자에게 미리 말해두는 것이 가장 좋다. 모임을 잡은 사람이 매장에 예약을 걸 때 휠체어 손님이 한 명 있다는 사실을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매장 입장에서는 그 한 마디로 자리 배치를 다르게 짠다. 룸 예약을 잡았다면 입구 가장 가까운 자리를 비워두거나, 룸 대신 단차 없는 홀 자리로 바꿔주기도 한다. 긴 테이블이라면 한쪽 끝, 그것도 통로 쪽 끝 자리를 비워둔다. 그 자리는 휠체어가 측면에서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위치다.
매장에 따라서는 휠체어 손님이 있다는 정보를 받으면 사전에 카운터 단말기 위치, 화장실 동선까지 확인해 두는 곳이 있다. 한 번은 처음 가본 한정식 매장의 매니저가 도착 전에 전화를 걸어와 입구의 단차 사이즈와 룸까지의 통로 폭을 알려준 적이 있다. 그런 매장은 분명히 손님맞이 전에 동선을 한 번 걸어본다. 좋은 매장은 환대를 미리 준비한다.
예약 전화에서 확인해 둘 만한 것은 세 가지로 추려진다. 입구에서 자리까지의 단차 유무, 좌석 통로의 폭, 그리고 가까운 화장실의 접근성이다. 이 셋만 미리 확인해도 도착해서 마주칠 변수의 팔할이 사라진다. 매장이 정확한 수치를 답하지 못하더라도 매니저가 동선을 한 번 떠올리려 시도하는 그 순간, 매장의 손님맞이 태도가 결정된다. 답을 망설이거나 회피하는 매장은 그날의 자리도 그렇게 흘러간다.
주최자에게 미리 알리는 일의 부담
이 사전 알림이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묘하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모임에 참석하기 전부터 자신의 존재가 변수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에 가는데 신부의 친구를 통해 휠체어 손님이 있다고 매장에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일은, 결혼식 당사자에게 한 가지 일을 더 얹는 느낌이 든다. 직장 회식이라면 더 그렇다. 부서 전체 회식에 휠체어 자리를 따로 부탁하는 일이 동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몇 년의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방식은 이렇다. 모임 주최자에게 직접 부탁하지 않고 매장에 따로 전화를 거는 것이다. 주최자에게는 모임 정보만 받아 두고, 약속 시간 하루 전쯤 매장에 직접 전화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매장 측에서 단체석을 짤 때 자연스럽게 반영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주최자가 자신을 위해 따로 무언가를 해줄 필요가 없어진다. 매장이 손님 한 명을 더 세심하게 받는 것뿐이다.
도착 시점의 작은 선택들
단체 모임에 도착하는 시간도 자리 잡기에 영향을 준다. 모임 시간 정각에 맞춰 가면 이미 자리가 거의 채워진 상태가 된다.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고, 의자가 빠져나와 있고, 통로가 가방과 외투로 비좁아진 상태다. 그 사이로 휠체어를 밀고 들어가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모이는 어색한 순간도 발생한다.
가능하다면 모임 시간보다 십 분에서 십오 분쯤 일찍 도착하는 편이 낫다. 그 시간이면 매장이 아직 한산하고, 자리 배치를 매니저와 직접 상의할 수 있다. 의자를 한 칸 빼달라거나, 끝자리 위치를 조정해달라는 부탁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인사를 나누는 일에 신경을 덜 써도 된다. 휠체어를 다루는 동작과 인사하는 동작을 동시에 하는 일은 의외로 피곤하다.
좌석 배치가 만드는 대화의 지형
자리의 물리적 위치는 그날의 대화에까지 영향을 준다. 긴 테이블의 끝자리는 양옆에 한 명씩 두 명과만 대화를 나누게 되는 구조다. 가운데 자리는 네 방향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휠체어로는 가운데 자리에 앉기 어렵다. 통로에서 들어가야 하는 거리가 길고, 자리에 앉은 후에는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
이 사실은 받아들이고 시작하는 것이 낫다. 끝자리에 앉는다고 해서 그날 대화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다. 가운데 자리에 있는 사람도 결국 자기 좌우의 두세 명과 주로 대화한다. 끝자리는 한쪽 옆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에 오히려 좋은 자리다. 그날 가까이 앉게 된 사람과 작은 대화를 천천히 이어가는 것이, 전체 테이블의 분위기에 휩쓸려 다니는 것보다 외식의 즐거움에 가깝다는 것을 자주 느꼈다. 단체 모임에 익숙해질수록 누구와 옆자리를 만들지가 그날의 만족도를 좌우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가능하다면 주최자에게 옆자리 한 명만 살짝 부탁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휠체어 자리는 한 번 잡히면 잘 바뀌지 않으므로, 그 옆자리만큼은 미리 그려둘 수 있다.
의자도 신경 쓸 부분이다. 매장에 도착해 자리에 앉기 직전, 자기 자리의 의자를 빼서 다른 곳에 보관해 달라고 부탁하면 좋다. 휠체어 이용자에게 의자는 필요하지 않은데, 빈 의자가 남아 있으면 통로가 더 좁아지고 다른 사람들이 의자를 옮기다 바퀴에 부딪히기도 한다. 의자를 직원에게 맡겨두면 자리가 깔끔해지고 식사 중 동선이 자유로워진다. 가끔 일행 중 누군가가 좋은 마음으로 빈 의자에 가방이나 외투를 올려두려고 하는데, 처음 한 번만 정중하게 매장 직원에게 의자를 옮겨달라고 말하면 일행들도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모임 후의 작은 인사
모임 중간에 가장 부담스러운 순간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때다. 화장실, 전화 통화, 흡연 같은 이유로 일행 중 누군가는 식사 중간에 자리를 떠난다. 휠체어 이용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면 양옆의 사람들에게 살짝 비켜달라고 부탁해야 하는데, 식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는 그 부탁이 모임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만든다. 화장실은 모임 시작 직전이나 음식이 나오는 사이에 미리 다녀오는 편이 낫다.
모임이 끝나고 매장을 나설 때, 매니저에게 한 번 인사를 건네는 것은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자리 배치를 신경 써준 데 대한 인사이면서, 다음에 다른 휠체어 손님이 왔을 때 이 매장이 더 편하게 맞이할 수 있는 작은 신호이기도 하다. 후기 사이트에 별점을 남기는 것보다 매니저에게 직접 한 마디 하는 편이 매장 운영에 더 빠르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외식 매너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때, 이런 인사도 환대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ADA 가이드라인은 좌석 5퍼센트 이상을 접근 가능한 좌석으로 분산 배치하도록 권하고 있는데, 매장 운영자용 접근성 가이드는 그 좌석들이 한곳에 몰리지 않게 매장 전체에 흩어 두라고 강조한다. 한국의 단체석 운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단체석 가운데 한 자리는 휠체어가 측면에서 들어올 수 있는 끝자리로 비워두는 것, 그 사소한 배려가 모임의 풍경을 바꾼다.
단체 모임의 자리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미리 알리고, 일찍 도착하고, 의자 한 칸을 빼고, 끝자리에서 옆 사람과의 대화를 즐기는 것. 이 작은 결정들이 모여 그날의 외식이 즐거운 자리가 되거나 어색한 자리가 된다. 어느 쪽이 될지는 매장과 주최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자기 자리에 대한 명료한 감각을 갖고 모임에 들어서는 것, 그것이 휠체어로 단체 외식을 누리는 첫 번째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