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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가 누구에게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한 조건들

    카페가 누구에게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한 조건들

    카페는 식당보다 더 자주, 더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한 잔의 음료로 두세 시간을 보내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난다. 도시의 새로운 거실이라 불릴 만하다. 그러나 카페의 접근성은 식당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작은 면적, 좁은 통로, 높은 카운터가 빈번하다.

    이 글은 카페의 접근성을 디자인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매장 운영자와 손님 양쪽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입구의 한 단이 만드는 격리

    한국의 카페 절반 이상이 입구에 한 단의 단차를 가진다. 임차 매장의 구조적 한계가 크지만, 매장 운영자가 마음먹으면 보조 램프나 도어벨 호출 시스템으로 보완할 수 있다. 단차가 있어도 직원이 즉시 나와 도와주는 카페는 사실상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매장이다.

    반대로 단차 없이 평탄한 입구를 가졌어도 회전문이 설치된 매장은 휠체어 진입이 어렵다. 회전문은 디자인적으로 멋스럽지만 접근성 측면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출입 구조다. 회전문 옆에 별도의 일반문이 설치된 매장이라면 그쪽을 사용하면 된다.

    주문 카운터의 시선 높이

    카페 카운터는 보통 100~110센티미터 높이다. 휠체어에 앉은 사람의 어깨 높이쯤이다. 카운터 너머의 직원과 시선을 맞추기 어렵고, 진열대의 디저트를 잘 보기도 힘들다.

    좋은 카페는 카운터의 일부 구간을 85센티미터 정도로 낮춘다. 또는 직원이 카운터 옆으로 나와 휠체어 손님과 같은 높이에서 응대한다. 후자가 더 자연스럽고 따뜻한 응대다. 비용 없이 가능한 변화이지만, 직원 교육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외식 매너는 누가 누구를 위해 지키는 것인가에서 다룬 시선의 평등성이 카페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좌석 사이의 호흡과 통로

    인기 카페는 좌석을 빽빽이 배치한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좌석 사이 통로가 60센티미터 미만으로 좁아지면 휠체어 이동이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가방을 의자에 걸어두거나 의자를 뒤로 빼면 통로는 더 좁아진다.

    여유 있는 좌석 배치는 카페의 격을 만든다. 회전율을 조금 낮추는 대신 더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고, 더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 호텔 라운지 카페와 일부 독립 카페가 이런 전략을 잘 쓰고 있다. 레스토랑 점검 항목과 첫 방문 전 확인할 것들에서 다룬 통로 폭의 원리가 카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화장실이라는 결정적 변수

    카페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손님은 화장실을 적어도 한 번은 사용하게 된

    다. 그러나 카페의 화장실 접근성은 식당보다 낮다. 매장 면적이 좁아 화장실이 좁거나, 다른 층 또는 건물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게 하는 곳이 많다.

    건물 공용 화장실이라면 그 화장실의 접근성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 한 번, 들어간 후 한 번 확인하면 후회를 막을 수 있다. 한국의 일부 빌딩은 공용 화장실을 잠가두기도 하므로, 카페 직원에게 열쇠를 받는 방식인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야간 영업하는 카페의 경우 건물 공용 시설이 일찍 닫히기도 해서, 늦은 시간 방문은 매장 내부 화장실이 있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 안전하다.

    음향과 조명의 보이지 않는 장벽

    카페의 배경 음악이 큰 매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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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각 장애가 있거나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부담이 된다. 대화의 명료성이 떨어지고, 카페에서 일을 하기도 어렵다. 시간대별로 음악 볼륨을 조절하는 카페가 늘고 있는데, 이런 매장은 인식 수준이 높다는 신호다.

    조명도 마찬가지다. 너무 어두운 카페는 분위기는 좋지만 시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이 된다. 메뉴를 읽기 어렵고, 카운터의 디저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좋은 카페는 분위기 조명과 작업면 조명을 분리해 운영한다. 좋은 매장을 발견하는 법과 리뷰를 읽는 시선에서 다룬 매장 평가의 기준에도 이런 요소들이 포함된다.

    모두를 받는 카페의 경제학

    접근성을 강화한 카페가 매출이 떨어진다는 통념은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더 다양한 손님층을 받게 되고, 단골 비율이 높아진다. 휠체어 이용자, 노인, 임산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그리고 일반 손님 모두가 더 편안하게 머물기 때문이다.

    BBC의 매장 접근성 탐사 보도는 카페와 식당의 접근성 문제를 시민 입장에서 어떻게 검증하고 개선했는지 흥미로운 사례를 다룬다. 보편적 디자인은 특정 그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손님의 편의를 높이는 설계 철학이다. 좋은 카페일수록 이 사실을 일찍 인식한다.

    야외 테라스와 실내의 다른 풍경

    날씨가 좋은 날의 카페 야외 테라스는 매력적이지만 휠체어 접근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보도 위에 설치된 테라스는 단차가 있을 수 있고, 의자와 테이블이 빽빽해 휠체어 이동이 어렵다. 일부 매장은 테라스의 한쪽 끝만 보도와 같은 높이로 설계해두는데, 이런 매장은 의식 수준이 높다는 신호다.

    실내 자리가 자연광을 충분히 받는 매장이라면 굳이 테라스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창가 자리는 야외의 풍경을 누리면서도 실내의 편의를 함께 가진다. 좋은 카페는 창가 자리도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도록 통로를 비워둔다.

    또한 카페의 화장실 키 보관 방식도 매장의 인식을 보여준다. 카운터에서 키를 받아 사용하는 방식은 휠체어 이용자에게 한 번 더 카운터로 가야 하는 부담을 준다. 좋은 카페는 화장실 키를 손님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위치에 두거나, 키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카페 매장 운영자가 한 가지만 바꿔도 큰 차이가 생기는 항목은 입구의 알림이다.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매장이라면 입구 옆에 작은 표지로 그것을 알리고, 어려운 매장이라면 미리 매장 외부에서 안내해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다. 손님이 매장에 들어와서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작은 배려다.